나는 텐션이 높은 편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의 빈도나 수위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심한 우울감을 겪거나 이런 감정적 문제가 일상에 크게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잘 가라앉고 결정적인 순간에 의욕이 떨어진다는데 문제의식이 있었다. 또한 뇌과학에 대해 막연한 관심도 있어서, 우울할 땐 뇌 과학이라는 책을 가볍게 읽어보았다.
뇌과학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전반적인 뇌과학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우울감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어 이로 삶을 이끌어내는 뇌의 몇몇 기전에 대해 주로 다룬다. 매우 특별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별로 없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고, 핵심적인 교훈이 머리에 잘 남아서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앤드류 후버만의 도파민 강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도파민 강의를 집중해서 보고 정리한 이후 긍정적인 루틴이 생겼다. 찬물샤워, 명상, 운동, 저녁시간 활용이 그것인데, 일간 계획을 일정관리 앱에 정리해서 하나씩 수행하는 습관이 들었다. 몇 주 정도 계획을 수행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피곤해도 무작정 하게 되고, 블로그와도 연결하여 무언가 정리해서 올릴 거리를 항상 준비하려고 하다 보니 일상에서의 나쁜 여러 습관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물론 오늘같이 휴일이 늘어난 주말의 경우 긴장이 풀리다보니 평소의 나쁜 습관이 굉장히 빠르게 되돌아오는 것도 경험했다.
평소 이상적인 삶을 방해하는 나의 나쁜 습관이라고 하면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퇴근하고 바로 안 씻고 누워서 핸드폰하기, 설거지 미루기, 안 좋은 경험 곱씹기, 해야할 일에 압도당해서 빠르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 등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나쁜 습관들은 결국 에너지를 더 떨어뜨리고 우울감을 유발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되는데, 이 습관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고 해야할 일을 미루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를 하강 나선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소개해준다.
뇌는 정교한 신경회로들로 가득 차 있는데,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회로의 작용 중 하나이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부위는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이다. 전전두피질은 간단하게 '생각'을 관장하는 부위라 할 수 있다. 계획과 의사결정 회로를 관장하며, 우울할 경우 나타나는 걱정과 죄의식, 수치심, 명료한 사고의 어려움, 우유부단함 등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변연계는 '감정'을 관장하며,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시상하부, 불안과 공포를 줄이는 편도체, 장기기억을 만드는 해마, 집중과 주의를 통제하는 대상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 습관을 통제하고 중독에 관여하는 선조체와 신체 지각에 기여하는 섬엽 등이 우울증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하강나선에 쉽게 빠지게 하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보다는 회로의 조율을 바꾸어 문제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불안과 걱정, 부정적 감정, 나쁜 습관의 악순환(하강나선)에 빠지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은 나쁜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는 비이성적이고 근거가 없는 생각과 부정적인 것에 기울어지는 습관적 사고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첫번째 방안은 일단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에는 심호흡과 마음챙김 등이 도움이 된다. 그 다음으로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습관의 고리를 끊고 하나씩 긍정적인 것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 회로로 전환하는 것 외에도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책에서는 운동, 결정 내리기(최선이 아니더라도), 잘 자기, 습관을 훈련하기, 바이오피드백 활용(신체 활동이 뇌에 가져오는 효과 주목하기), 감사하기,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 전문가의 도움 받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운동이나 수면의 중요성은 너무나 많이 강조된 것이긴 하지만, 뇌 과학의 측면에서 두가지 영역의 중요성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운동은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며, 도파민을 발생시킨다. 이는 의지력을 높이고 우울증에서 회복시켜 줄 다른 활동과 사고 과정을 촉진하므로써 상승나선으로의 진입을 돕는다. 수면은 뇌의 노폐물을 청소해 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돕는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개를 훈련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세로토닌의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좋은 습관의 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데, 햇볕 쬐기나 마사지 받기, 운동하기, 행복한 기억 되새기기 등이 도움이 된다. 또한 살아가는 이유와 장기 목표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신선한 내용은 바이오피드백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신체적 반응을 뇌가 인지하여 이에 적합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가짜 미소를 지어도 뇌는 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고, 진짜로 웃을때와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외에도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는 등의 행위가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약의 특정 성분이 일정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감정과 기분도 마냥 의지로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작용하는 기전을 파악해 다소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단순한 훈련과 반복에 달려있을 수 있는 것이다(물론 이를 수행하는 의지와 피드백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주의를 기울이는 생각과 의도적인 행동, 명상과 같은 행위가 평생에 걸쳐 뇌를 변화시키는 신경가소성 개념과 관련이 있다.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 이에 따라 신경과 뇌 회로까지 변화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달라지고자 하는 의지로 인해 새로운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지만 내가 시도했던 것들이 알게 모르게 상승 나선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기뻤고, 습관과 루틴의 중요성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빠지기 쉬운 우울증을 유발시기기 위한 몇가지 함정을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이 것들을 제거해가는 과정도 루틴에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우울할 땐 뇌 과학(10만 부 기념 교보문고 단독 리커버 에디션) | 앨릭스 코브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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